경기도 수원에 사는 박모(40)씨. 부인과 함께 초등학생인 딸아이를 키우는 중산층 가정의 가장이다. 외벌이지만 대기업 사원으로 한 달 수입이 각종 수당을 합쳐 600만원이 넘고 자산은 부채 없이 13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사주 등 위험자산 보유비중이 높은데다 만기도래하는 예금이 많아 전체적인 자산구조를 재조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부동산엔 큰 욕심이 없지만 은퇴 후 변두리로 나가 전원주택에서 생활하고 싶어 한다. 박씨는 이런 재무목표를 추진하면서 노후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그 방법이 무엇인지 상담을 요청해왔다.

A 박씨네는 나이에 비해 비교적 많은 재산을 모았다. 부동산과 보험자산을 제외한 금융투자자산이 8억원으로 자산운용의 균형감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주식비중이 높은 건 문제다. 우리사주로 취득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평가규모가 5억5000만원 상당으로 전체 금융자산의 70% 가까이 된다. 1만원에 취득한 우리사주가 현재 9만원을 웃도는 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니 거의 10배 가까운 평가수익이 난 상태다. 뚝심 있는 장기투자로 ‘대박’이 난 것이다. 이 주식은 앞으로 더 오를 수 있겠지만 박씨에게 중요한 것은 주가 전망이 아니다. 자산구조의 변동성을 줄이는 대신 안정성을 높이는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게 더 시급한 과제다. 박씨는 주식 보유를 지금의 절반수준이 될 때까지 단계적으로 매각하는 게 좋겠다. 이렇게 해서 확보된 대금은 안정적이면서 은행금리보다 수익이 나은 금융상품에 투자해 노후생활자금으로 불려나가도록 하자.


　
◆ELS 등에 1억원씩 안배=박씨에게 추천하고자 하는 금융상품 가운데 스텝다운형 지수연동(ELS) 펀드라는 게 있다. 이 상품은 만기 전에 중간평가해 미리 정한 하락률 이상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정한 수익을 돌려주며 조기상환하는 형태다. 보통 가입 후 2~3년 기간 내 현재 주가보다 40~5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연 10%대 수익을 실현해준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이 펀드는 개별종목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다. 또 다른 추천 대상은 이머징마켓 채권펀드와 변액연금보험이다. 이 중 스텝다운형 ELS와 이머징마켓 채권펀드는 만기를 2~3년짜리로 해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하고 변액연금보험은 10년 이상 장기 보유를 해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도록 하자. 투자금액은 세 종목 각각에 대해 1억원씩 안배하는 게 바람직하다.

　
◆잉여금은 연금상품 투자를=박씨 가족이 가입한 보장성 보험은 별 문제가 없다. 다만 가장의 사망보장이 1억6000만원으로 다소 부족하고, 부부의 암에 대한 보장대책 역시 미흡한 상황이다. 박씨의 종신보험 보장액을 1억원으로 늘리고 부부가 함께 암보험에 추가 가입하길 바란다. 월 보험료는 20년 납입 기준으로 종신보험 20만원, 암보험 10만원이면 될 것 같다. 박씨네는 수입 가운데 생활하고 남는 돈이 매달 180만원에 달한다. 신규보험불입금 30만원을 떼고 나면 150만원이 남는데, 이 중 50만원을 비과세형 연금보험에 가입해 노후준비용으로 쓰자. 나머지 100만원은 적립식 펀드 2개에 50만원씩 나누어 적립, 나중에 자녀의 교육비나 비상자금으로 활용하길 권한다. 최근 세제개편에 따라 내년부터 연금저축의 소득공제 한도가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지금 월 27만원의 연금저축 불입액을 내년엔 34만원으로 늘려 400만원 전액을 소득공제받도록 하자.

　
◆전원주택은 실거주 목적으로=박씨네가 살고 있는 수원시 정자동 아파트는 개발재료가 있긴 하지만 단기적으론 전망이 썩 좋지 않다. 박씨네는 부채가 없고 현금 여유가 있으므로 이 아파트를 처분해 광교신도시로의 이전을 고려해 봄직하다. 광교신도시는 행정·교육·업무 중심의 자족신도시로 개발돼 인구 유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가격상승이 기대되는 곳이다. 노후에 거주하길 희망하는 전원주택은 단독형보다는 단지형이 적합하다. 단독형은 토지 매입부터 주택 인허가·도로포장·전기통신시설까지 본인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지역적으론 1, 2기 신도시 주변과 경춘고속도로 인근의 양평·가평 등지가 접근성·생활 편의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국내 전원주택시장은 아직 성숙하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거주 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서명수 기자



◆이번 주 자문단=최용준 미래에셋증권 세무컨설팅 팀장, 양재혁 외환은행 영업부 WM센터 팀장, 노철오 부자엄마리얼티 대표, 김창기 교보생명 웰스매니저(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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