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즐겨하는 고등학교 1학년인 K군. 최근 국내 유명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40만원 상당의 게임기를 12만원에 판다’는 한 인터넷쇼핑몰 업체의 배너광고를 보고 곧바로 게임기 한 대를 주문했다. 시중가의 25% 정도밖에 되지 않는 파격적인 가격에다 혹시라도 품절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대금결제를 하고 1주일이 지나도 기다리는 게임기는 오지 않고 쇼핑몰 자체가 사라져버린 것이 아닌가. K군만 당한 것이 아니었다. 경찰에 따르면 K군과 같은 중·고생 1천여 명이 모두 이 쇼핑몰로부터 사기를 당했다. 피해액은 1억5천여 만원.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3일 간 유령 인터넷쇼핑몰을 차려 놓고 유명 게임기를 헐값에 판다고 광고를 낸 뒤 중·고생들로부터 게임기 대금만 가로채고 달아난 것이다. 이 업체의 사무실 주소와 전화번호는 모두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메인도 사기 피해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달 25일 전 소유자 김 모씨로부터 이 모씨 명의로 변경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기범 추적 어려워 수법 다양

지난달 말에는 ‘최저가 경매’사이트 업체인 로윈닷컴의 허 모 대표가 내부자 낙찰 방식으로 1만2천여 명으로부터 2억7천여 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검찰에 구속됐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에 따르면 허씨 등은 회사 직원들의 친인척 명의를 빌려 1원부터 입찰가능 상한액수까지 모두 입찰하는 소위 ‘깔기’ 수법을 사용, 내부자에게 낙찰되도록 한 혐의다.

인터넷 강국답게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보급률 세계 1위, 이용자 2천8백만명 돌파 등 인터넷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인터넷 공간에서의 각종 사기사건 또한 점점 늘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www.ctrc.go. kr)에 따르면 인터넷 사기는 해마다 2배씩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00년 일반 사이버범죄와 해킹, 바이러스를 포함해 2천4백44건에 불과했으나 2001년에는 10배가 훨씬 넘는 3만3천2백86건이 발생했다. 지난해는 전년에 비해 2배가 넘는 6만69건이 발생한 데 이어 올해는 지난 7월 현재 총 4만42건의 사이버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유형은 해킹과 바이러스에 비해 인터넷 사기와 같은 일반 사이버범죄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 사기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보호 시민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의 인터넷 감시팀 박찬(31) 팀장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인터넷 사기는 상대 얼굴을 모르는 상태에서 거래가 이뤄져 사기범을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전통적 상거래에서보다 수법이 더 다양합니다. 피해자들도 서로 모르는 사이가 대부분이라 많은 피해자가 발생해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피해자가 피해를 자각하기도 어려워 유사한 인터넷 사기가 되풀이되는 것이죠.”

게다가 인터넷 사기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마땅한 장치나 기구가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인터넷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사기가 판치는데도 이에 발빠르게 대처해 피해를 막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경찰 또한 개별적으로 피해자를 상담할 수 있는 처지가 못돼 시민단체 등과의 연계가 중요한데 이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인터넷 사기가 지난 99년부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면서 2000년 5월 미 법무부에서 인터넷사기소송센터(IFCC)를 별도로 창설해 운영하고 있다. IFCC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소비자 대상 사기사건으로 제기된 소송 건수가 2001년 1만6천여 건이었던 것이 지난해는 4만8천여 건으로 세 배나 늘었다.

피해액 규모는 2001년 1천7백만달러였던 것이 지난해는 5천4백만달러에 달할 정도로 인터넷 사기 피해가 극심하다. 하지만 우리와 달리 미국은 IFCC를 통해 새로 출현하는 신종 인터넷 사기유형 규명과 처리는 물론, 사기에 따른 소송이 적절한 법집행기관에 전달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인터넷 사기 피해 유형은 크게 판매사기와 금융사기로 나눌 수 있다. 판매사기는 게임기 사기사건과 같은 허위 쇼핑몰 사건과 부당 낙찰을 통한 경매사기 등을 비롯해 환불·교환 지연 및 거부, 피라미드 및 다단계 판매 등의 사기를 포함한다.

금융사기의 경우는 메일이나 게시판을 통해 불법 금융 피라미드나 스팸성 메일의 형태로 네티즌을 현혹하거나 피해를 주는 등의 인터넷 금융 피라미드 사기가 가장 대표적이다.

쇼핑몰 분양사기 극성

요즘 들어 대표적인 인터넷 사기사건으로 등장한 것이 쇼핑몰 분양사건이다. 인터넷쇼핑몰 분양이란 EC호스팅(Electronic Com merce Hosting) 방식으로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자사 서버에 쇼핑몰을 등록, 일반에 입점료 또는 매출 대비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회선임대 및 서버구축, 전자결제 등 각종 전자상거래 시스템 구축이 따로 필요 없어 초기 투자비용 1백만∼2백만원이면 특별한 지식 없이 쇼핑몰 오픈이 가능해 소호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문제는 유사 불법 업체들이 한 달 2백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광고로 이용자를 유인해 분양한 후 폐업하고 계약해지시 원금을 떼어먹거나 서비스와 계약내용이 다른 경우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취업사기이자 창업사기’라는 박찬 팀장은 대부분의 피해자가 새로운 일을 찾아나섰다가 낭패를 본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사실상 생계형이라 소액이라도 당사자들에게는 큰 피해가 되고 있어 예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인터넷 사기가 사회문제화되는 것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유사피해 건수가 많다는 점 때문이다. 소비자보호원이 하프플라자 사태 이후, 이러한 사건이 특정 업체에 의한 일회성 사건인지 지속적인 사건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유사피해 상담건수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사피해 건수가 매월 1백50건씩 지속적으로 접수돼 고질적 소비자 피해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사이버감시단 공병철 단장은 “인터넷 사기 방지를 위해서는 전자상거래라는 새로운 형태의 거래양식을 반영한 새로운 규범체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자상거래 관련 현행 법률 구성체제의 정비를 포함해 관련 범죄 수사 담당부서의 전문성 제고와 인력 보강 등 정부기관의 적극적인 소비자 보호대책 정립이 필요하고 제기했다.

박찬 팀장 또한 “인터넷 사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다른 소비자 문제를 풀기 힘들 정도가 됐다”면서 소비자 스스로는 물론 민·관 협동으로 적극적인 피해예방 및 방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넷 사기 안 당하는 요령

1. 계약 전 회사정보를 반드시 알아두자.
2. 현금거래 사절, 카드로 할부거래를 하라.
3. 광고내용을 저장하는 습관을 가져라.
4. 고객상담실 전화번호가 있는지, 전화는 잘되는지 확인하라.
5. 카드 사용은 어떤 경우에도 직접 하도록 한다.
6. 지나친 할인율, 복권 방식의 추첨판매 등 사행성이 높은 곳은 피하라.
7. 계약 직전 계약 관련 상담을 할 경우 반드시 녹취하라.
8. 계약서 또는 약관은 반드시 계약 전에 읽어보고 필히 보관하자.
9. 불법적인 계약은 처음부터 생각하지 말자.
10. 관련 피해자가 없는지 미리 확인하자.

자료 : 인터넷사기감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