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용창출 노려 거품 낀 창업 유도…시류 편승 대박기대 금물

[이코노미세계] IMF 등을 겪으며 16년간 창업자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한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45)은 국내 창업 시장에 거품이 많다고 지적했다.  

"국내 창업시장은 GDP의 7.4%, 고용의 3.4%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수치죠."

이 소장은 정부가 창업을 활성화 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한다. 건실한 점포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폐업을 유도하는 게 여러 면에서 좋다고도 했다. 점포 1개당 평균 2.5명의 고용 창출효과가 나타나는데 이때문에 정부가 무리하게 거품 낀 창업을 유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식업 비중이 높고, 점포수가 많은(OECD국가 중 2위) 점도 창업자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창업시장에 새로 뛰어드는 것은 위험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창업을 한다면 이익을 남긴다는 생각보다 손해 보지 않겠다는 느긋한 마음 자세가 필요합니다. 기존 운영자도 수익 악화로 힘든 시기이기 때문에 시류에 편승한 '대박' 을 기대하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그는 소자본 창업은 외부 차입비를 최대한 줄여 이자부담을 낮추고 연령폭이 넓은 아이템으로 실패 확률을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또 대중소비 지향점과 일치하면서도 차별성을 갖추라고 했다. 

"외식업의 경우 대중적으로 즐기는 음식을 메뉴로 정하는 대신 먹는 방법을 새롭게 하거나, 그릇이나 조리법에서 차별성을 둔다면 '보편적 차별성'을 갖춘 점포가 될 수 있습니다."

또 표적고객이 같은 복합 업종이나, 향후에 계속 주목받을 것으로 보이는 건강과 환경, 여성, 어린이를 타깃으로 한 업종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권했다. 그는 무엇보다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는 창업자가 직접 점포 조사를 하고 관련업종에 몇 달간 일하는 등 체험을 통해 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창업교육을 받거나 '인턴십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유명 브랜드가 유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조언했다. 소문이나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섣불리 창업하는 것을 철저하게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호주 유학파인 이 소장은 해외 창업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외국에선 창업하는데 보통 1∼2년이 걸립니다. 10년 이상 관련 업종 종사자를 활용한 멘토 제도도 안착되어 있습니다."대개 6개월이면 개점까지 끝내는 국내와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국내엔 소상공인지원센터가 있지만 일부 교육 프로그램과 창업자 자금지원 기능이 주된 업무이기 때문에 역할에 한계가 있다. 

그는 또 가맹 본사를 '신고제'로 운영하는 점도 문제의 소지라고 지적했다. 중국도 가맹 본사를 등록하려면 일정 조건을 갖춘 업체에만 허가를 내주는 데 우리는 신고서 하나만 작성하면 되기 때문에 문제가 있거나 실패 확률이 높은 업체들이 마구잡이로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조만간 시행될 '우수브랜드 인증제'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했다.

"능력이 안 되는 가맹점 본사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피해가려면 공정거래위원회 등록업체인지 정보공개서상 문제는 없는지, 계약서 표준약관에 따르고, 시설이나 부자재 사용을 어떻게 하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그는 창업상담을 했던 사람이 몇 달 후 식사한 번 하자는 연락을 해올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치열한 창업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머리와 가슴'이 아닌 '발로 뛰는 전략'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임삼미 기자 smlim@segye.com




<약력>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
·(사)한국창업컨설팅협회부회장
·(사)한국프랜차이즈협회 자문위원
·중소기업중앙회 창업정책위원
·중진공창업경진대회 심사위원
·소상공인진흥원창업자문위원
·중앙대학교 객원교수
·하나은행 창업자문위원
·한국능률협회 F/C최고경영자과정교수
·창업포럼 회장
·SBS 이영자 해결돈이 보인다 등 다수 TV 프로그램 출연
·저서 : 창업은 전쟁이다, 창업 트렌드가 돈이다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