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대한통운 독주 ‘1강 3약’구도 뚜렷

[이코노미세계] 2009년 1분기 국내 택배시장은 서비스 개시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수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 부실 택배업체들이 일부 퇴출됐음에도 여전히 수익률을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동기대비 자연증가 물량이 10% 이하로 떨어지고, 저가 출혈경쟁 역시 성장률 감소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택배업체의 추가 퇴출을 예상하는 한편 택배시장이 지난해 말 금융위기를 계기로 고성장 시대를 마감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 택배시장 물량은 올 1분기 2억6000만개로 지난해 동기대비 약 9.4%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16개였던 전국 네트워크 택배사는 14개로 감소했지만, 택배단가가 여전히 낮아 비수기인 7~8월 경 또 한 번의 시장재편이 예상된다. 

주목할 부분은 업계 1위 대한통운의 독주가 굳히기에 들어가 더 이상의 논쟁이 불필요해졌으며, CJ택배가 HTH택배 합병을 마무리하면서 한진과 현대택배를 밀어내고 업계 2위 자리를 다지고 있다는 점이다. 

메이저 4사와 전국 배송 네트워크를 갖춘 10개사 물동량과 증가율, 정기화물 택배 4사의 추정 실적을 토대로 1분기 시장현황을 정리했다. 

◆물량증가폭 급속 둔화…개당 가격도 70원 하락=1분기 시장현황은 대한통운, CJ택배, 한진, 현대택배 등 메이저 4사와 우체국택배, 로젠택배, 동부익스프레스택배(구 훼미리택배), KGB택배, 하나로택배(구 고려택배), KG옐로우캡 택배에 정기화물운송의 경동합동택배, 대신택배, 천일택배, 건영택배를 포함하여 모두 14개 업체의 물량과 매출액을 추정 합산했다.

올 1분기 택배시장은 물량 증가폭에서 한자리수 증가에 머물렀다. 총 물량은 2억6081만개, 개당 가격은 지난해 2510원에서 약 70원정도 떨어진 2440원으로 총 매출액은 6540억원(지난해 동기 
6050억원)으로 추정된다.  

도서, 화장품, 비닐백형 의류 등 소형화물의 가격은 지난해 평균 1300원에서 큰 변화가 없으나 중형화물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다. 또 후발 대기업 택배업체들의 저가 영업이 두드러졌던 지난해와 달리 동원택배와 신세계 세덱스택배의 퇴출 후 동부익스프레스와 유진의 로젠 등은 저가화물 취급을 배제하며 개인택배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빅4는 취급이 쉽고 배송이 편한 화물을 중심으로 가격을 낮춰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순위다툼도 치열해지고 있다. 대한통운을 제외한 3사의 추정 물량이 엇비슷해 1강3약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대한통운 독주 속 CJ택배 선전=택배물량 확보를 위한 물밑경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택배담당 임원 대다수가 실적 악화나 건강상 이유로 모두 교체되었으며, 현직 본부장들 역시 안팎의 악재로 해법 찾기에 분주한 상황이다. 

메이저 4사 물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대한통운이 처리 물량과 매출액 등에서 19% 늘어 선두를 다졌다. CJ택배도 10.1%의 성장세를 나타내 업계 2위로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CJ택배는 올 초 손관수 본부장 부임 후 HTH와의 합병을 매듭짓고 현장경영을 통해 운영 안정과 영업 활성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전년 동기대비 10% 증가를 보인 것으로 추정되는 한진택배와 현대택배는 물량 공개를 극도로 꺼리며 시장경쟁에서 한발 물러선 형국이다.   

우체국택배는 올해 1분기 7.9%(지난해 16%)로 성장률이 둔화됐지만, 서비스 질을 높이며 안정세를 유지했다. 유진의 로젠택배 역시 외형적 성장보다 서비스 질에 초점을 맞춘 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동부익스프레스는 4월 대표이사와 사업본부장 모두를 교체, 그간의 택배업 포기설을 불식시키고 재도약을 준비, 하반기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KG옐로우캡은 물량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한자리 수 성장세를 유지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KGB택배 역시 저가물량 경쟁에서 한발 비켜나 수익성 위주 화물영업에 주력, 거점 확보를 통해 하반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분기 빅4 물량은 대한통운을 제외하고 3300만~3600만개(지난해 2500만개)로 추정된다. 우체국택배와 로젠택배는 2000만개를 넘어서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이외 택배사 물량은 1000만개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편 경동합동택배와 대신정기화물택배 물동량은 지난해 말 금융위기에 따른 제조기업 어려움으로 물량 감소세를 겪었지만 지방 농수산물 물량 증가로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반기 ‘시장재편’, 폭풍전야 양상= 올 1분기는 내수침체에 따른 여파를 그대로 반영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비수기 전략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하반기에 또한번의 시장 재편도 점쳐지고 있다. 

하위권 택배사들의 경우 물량 증가에 따른 터미널 확보가 부담스럽지만 수익률이 좋은 개인물량 확보에 주력, 저가 영업을 지양하고 있다. 로젠택배는 개인화물 비중이 80%로 저가 B2C화물 비중을 늘리지 않고 있으며, KG옐로우캡, KGB택배도 물량 확대보다 내실을 다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상위권 택배사들은 그 동안 큰 격차를 보이지 않았던 서비스부문의 차별화와 저단가 화물 영업 강화로 규모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대한통운은 오는 8월 가산동 터미널 완공 등 인프라 강화를 통해 지속적인 물량증가에 대비하고 있으며, 경동합동택배도 PDA도입 등 화물 추적시스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진택배 역시 프리미엄 서비스상품 개발로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며, 현대택배는 시장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들은 올해도 차량 증차제한과 자가용 차량단속, 관련법규 부재 등 택배산업 관련된 정부 지원책에 뚜렷한 개선점이 없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따라서 조속한 입법으로 시장 질서를 명확히 규정, 택배업의 올바른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공정 경쟁의 틀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