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바이럴 마케팅의 파워를 실감나게 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다름아닌 최근 3월달에 궁금증과 함께 패러디 열풍을 몰고 온 KT의 쿡 바이럴 마케팅 입니다.
사람들의 궁긍즘과 입소문을 절묘하게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의 승리라고 할 수 있죠....
한·일 간의 WBC 결승전이 있던 지난 3월 24일은 온 국민의 관심이 야구로 모아진 날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이를 뛰어넘는 더 큰 화젯거리가 있었다. 바로 “‘쿡(QOOK)’이 도대체 뭐냐”는 것이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독특한 카피를 단 티저 광고가 여러 매체를 점령하고 ‘집에서 ㅋㅋ 쿡’이라는 초대형 현수막이 건물 위를 뒤덮고 있는 위성사진이 퍼지면서 호기심 많은 네티즌들은 ‘쿡’이란 글자를 인터넷 검색창에 치고 또 쳐댔다. 그 결과 그날 여러 포털의 검색어 순위 1위는 ‘WBC’도, ‘이치로’도, ‘한·일전’도 아닌 ‘쿡’이 차지했다.
최근 통신 시장의 두 강자 KT와 KTF가 합병을 앞두고 내건 ‘쿡’ 브랜드가 이슈다. KT의 집 전화,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 전화, IPTV 등을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 쿡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처럼 인터넷 검색을 해봐야 할 만큼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였다. 하지만 불과 20여일 만에 쿡은 이미 모르는 사람이 드문 친숙한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짧은 시간에 이룬 쿡의 성공적인 론칭 비결은 다름 아닌 독특한 위성사진과 같은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소문 마케팅)’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수호 KT 통합이미지전략팀 과장은 바로 쿡의 바이럴 마케팅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아 뛰고 있다. 그는 아직 나이는 많지 않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무기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때 스무 명의 직원을 거느릴 만큼 커졌던 사업을 과감히 포기한 후 KTF에 특채된 그는 이미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를 통한 ‘쇼’의 성공적인 론칭에 큰 역할을 한 바 있다.
올해 1월 KT의 새 핵심 부서로 자리 잡은 코퍼레이트센터로 스카우트된 이 과장은 쿡의 초반 성공 비결을 “타 기업들은 바이럴 마케팅을 여러 마케팅 수단 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면 KT는 브랜드 구상 단계에서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이럴 마케팅은 사실 예전부터 있어 왔다. 이 과장은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면서 최근 더욱 강조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성공적인 바이럴 마케팅을 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천문학적인 정보가 유통되는 인터넷에서 특정한 정보를 알리려는 노력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는 게 부지기수다.
그는 이 때문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한 총력전’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불과 4일 만에 540만 명이 본 위성사진을 기획했고, 1주일 만에 600만 명의 방문자를 끌어들인 티저 사이트를 구축해 소문을 키웠다. 특히 이석채 KT 회장은 물론 모든 임직원이 자택 발코니에 대형 쿡 현수막을 한꺼번에 내거는 ‘퍼포먼스’를 제안하면서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사실 현수막을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집 앞에 걸어줄까 걱정했어요. 예산도 많이 들었는데 말이죠. 다행히 회장님이 손수 내걸어 주시면서 언론도 큰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직원들의 참여도 더욱 많아졌죠.”
바이럴 마케팅의 어려움은 또 있다. 어설픈 바이럴 마케팅은 오히려 대중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이 같은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네티즌들의 언어’에 주목했다. “디시인사이드, 다음의 아고라·즐보드, 네이트 톡 등 독특한 네티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자주 찾아요. 물론 그들과 쉽게 동화되긴 힘들지만 적어도 그들의 감성을 공감하려고 하고, 특히 그들이 쓰는 새로운 언어나 행동에 주목하고 있어요. ‘ㅋㅋ’ 같은 경우도 인터넷상에서 쓰는 말이잖아요.”
이 과장은 마지막으로 “물론 쿡이 아직 KT의 서비스와 잘 매칭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는 갓 탄생한 브랜드를 알리는 데 주력하는 시기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제부터는 쿡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상상 그 이상의 융합 통신 서비스의 실체를 보여주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수호KT 통합이미지전략팀 과장
약력: 1976년생. 2002년 연세대 불문과 졸업. 98년 웹에이전시 ‘TTUM’ 사장. 2002년 마우스닷컴 입사. 2004년 KTF 입사. 2009년 KT 코퍼레이트센터 통합이미지전략팀 과장(현).
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